이아영 개인전
<아아,아아,페퍼민트>
실이 주 재료가 되는 기법의 매력부터 설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로실을 고정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실을 두 번이나 가로질러야 고작 1mm 남짓의 선이 그어집니다.
이렇게나 면을 채우는데 오래 걸리는 기법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해당 기법을 고집하는 이유는 기법 자체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더 많이 가지고 더 빨리 오르기를 종용합니다.
그런데 얼마나 가져야, 어디로 가야 끝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지나고 보니 제가 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게 아니더군요.
그럼에도 지켰으면 좋겠는 것, 너무 소중하고 느려서 세상의 속도에 의해 잊혀지는 것들,
그것들을 같은 속도로 계속해서 보여주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시간에서 우리는
효율(들인 노력과 얻은 결과의 비율)을 따지지 않습니다. 그 자체로 노력이자 결과이기 때문이죠.
sns의 계정명이 behyoyul인 까닭은 작업의 비효율성이 효율성 따위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잊지 않고자 함입니다.
금세 변해가는 세상 안에서 시선을 잡아 끈 찰나의 것. 그것들을 오래도록 그리고자 합니다.
-이아영 작가노트-